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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불교의 미래를 묻다” [불교도서] 2013-03-13 / 2821  

 

한국불교 차세대 리더 19명 인터뷰
“한국불교의 미래를 묻다”

화려하진 않지만 한국불교를 비추고 있는 ‘빛’

지난해는 불교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양가적이었다. 몇 건의 승풍 실추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삐딱한 시선으로 불교계를 바라보았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마음치유서로 널리 읽힌 많은 불교서적과 ‘청년출가학교’‘마음치유 콘서트’, 템플스테이, 각종 명상캠프 등으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위로와 명상을 느낄 수 있어 우호적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한국불교를 비관적으로 보기는 아직 이를 듯싶다. 우리 불교의 밝은 미래를 위해 현장에서 불철주야 정진하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진광불휘》는 2012년 한 해 동안 노염(老炎) 속에서 사찰을 찾고 혹은 눈밭을 헤치고 다니며 제각각의 자리에서 한국불교의 미래를 일구고 있는 열아홉 분을 인터뷰하여 그 말씀을 정리한 것이다. 미래(未來), 지혜(智慧), 전법(傳法)으로 나누어 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들의 출가인연, 은사스님과의 일화, 공부하던 시절의 치열한 구도열은 어떠했는지, 또 부처님 법은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등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들의 끝은 결국 한국불교의 미래로 이어진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한 분 한 분은 모두 치열하게 수행하였다. 그리고 지향하는 바가 뚜렷했다. 열아홉 분 스님의 현실에 대한 냉철한 고민, 진실로 대중과 불법(佛法)을 위하는 마음, 깨달음에 대한 각각의 생각은 분명하고도 깊었다. 그 분투는 지금도 살아 있다. 책 제목이 ‘진광불휘-참된 빛은 번쩍이지 않는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화려하게 번쩍이지는 않지만 치열함과 참됨으로 발하는 빛이 참으로 그윽하다.

불교 없이 불교를 나타내다

불교 없이 불교를 나타낸 상도선원의 선원장 미산 스님은 포교에 관한 이야기 끝에 “현대인들의 감성과 취향에 맞게 다가가야 한다고 봅니다. 도심에서는 전통식보다는 이 시대의 건축 재료들로 불사를 해야 합니다. 우리 선조들이 그 시대 최고의 예술로 석굴암 부처님을 남겼듯이 우리도 우리 시대 최고의 예술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불사를 할 필요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불교가 사회를 리드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노후수행마을을 조성하여 노스님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제공하는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은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그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역의 어려움은 나누고 좋은 일은 같이하면서 지역 대중들과 끊임없이 눈높이를 맞추는 속에서 불법 홍포는 자연스럽게 되리라.

도리사 주지 묘장 스님은 해외구호활동을 하면서 “삶은 죽음 앞에 섰을 때 가장 진지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님은 20년 후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아마 해외 재난 현장에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습니다. 20년 후에는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벗이 되고 싶은 것이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라고 전했다.

불사를 위한 불사가 아니라 수행을 위한 불사를 통해 현재의 대가람을 일군 불영사 주지 일운 스님은 출가하고 단 1분 1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좌절해 본 적도 없다고. 거침없는 스님의 행보에 비구니 승가의 더욱 활발한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기도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저와 절을 안정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은사이신 송광사 방장 보성 큰스님께서 주지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사시기도는 신도들과 함께할 것을 당부하셨는데 요즘 들어 은사스님의 말씀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어요.” 매월 기도 때마다 3,000명 이상의 신도가 모여 함께 다라니기도를 하면서 장엄한 힘을 모으고 있는 봉은사 진화 스님의 말씀이다. 기도의 힘은 과연 엄청나리라.

하여 도(道) 생각하는 마음 잠깐인들 잊으리까

스님들의 이야기 중에는 공통적인 면이 있다. 출가한 이상 치열하게 구도(求道)하고 치열하게 부처님 법을 공부했다는 것이다. 한 자리에서 우뚝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그런 피나는 수행의 과정이 있었기에 미래를 담보할 수 있었으리라.

간화선 수행으로 일가(一家)를 이룬 한산사 용성선원장 월암 스님은 화두 참구 이야기에서 거침이 없는데, 출가인연에서 일종의 기연이 느껴졌다. 스님은 중학교 2학년 불교학생회를 다닐 때 훗날 은사스님이 되신 분의 법문을 듣는데, 법문 가운데 ‘나는 무엇을 생각할까? 도(道)를 생각하리라. 나는 무엇을 말할까? 도를 말하리라. 나는 무엇을 행할까? 도를 행하리라. 하여 도 생각하는 마음 잠깐인들 잊으리까?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게송에서 가슴에서 진한 감동이 일었다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법문의 첫 말씀에 번갯불이 일어났으니 전생사인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월암 스님. 그 전생사로 그렇게 수행하신 듯하다.

송광사 율원장 도일 스님은 선(禪)이나 교(敎)에 비해 활동 폭이 좁은 율(律) 분야에서 종단의 계와 율을 바로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계율은 불교의 생명’이라는 스님은 율원이 살아 있어야 사찰의 기강이 서고 불법이 오랫동안 전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럼 계를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지계(持戒), 비바람 몰아치는 한밤중에 아늑한 방에 따뜻하게 누워 있는 느낌이랄까. 계율은 그런 행복을 줍니다.” 추상적인 의미가 구체적으로 와 닿는 대목이다.

불교역사의 산실 대승사에서 주지 겸 대승선원장을 맡고 있는 철산 스님의 한뜻도 뚜렷하다. 수행하는 데 쉽고 어려운 것은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원력과 간절함이라고 말하는 스님은 대승사를 선원이 중심인 사찰로 만들고 있었다. ‘철산’ 스님의 법호 받은 대목이 눈에 띈다.

스님이 대승사에서 정진하던 중 사불산 포행을 하다가 한순간 떠오르는 게 있어 월산 스님께 말씀드렸더니 월산 큰스님께서 ‘鐵山’이라는 법호를 주셨다고 한다. “조실스님께서 월(月) 자 산(山) 자를 쓰시는데 제가 어찌 ‘철산’이라는 법호를 쓸 수 있겠습니까?” 하니 “너는 받을 만하다”며 법호를 내렸다고 한다. 그때의 한 소식은 이렇다.

“본래 하나의 물건도 없는데,
법도 없고 마음도 역시 없더라.
철로 된 소를 거꾸로 타고 달리니,
앉고 서고 눕고 하는 모든 것이 자유롭다.”

최근 4부 니까야를 완역한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은 한국불교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첫째, 한국불교에 만연한 무속불교를 정리해야 합니다. 한국불교에 있는 사주, 관상, 점, 부적 등과 같은 비불교적인 행태를 제거해야 합니다. 둘째, 무엇보다도 마음을 실체화하거나 ‘참나’나 ‘진아’나 ‘대아’나 ‘주인공’을 찾는 것을 불교라고 우기는 것을 바꿔야 합니다. 이것은 힌두교이지 불교가 아닙니다. 이렇게 나아가면 한국불교는 외도라는 소리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원력으로 하면 안 될 것이 없다

수십 년 동안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서 그 수승함을 깨친 스님들은 보다 많은 대중에게 올바르게 회향하는 것을 또 하나의 목표로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고통받기보다는 불법 안에서 마음을 쉬면서 행복해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스님들의 회향의 방법도 다양하다.

화재로 전소돼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낙산사를 천녀고찰로 다시 복원시킨 정념 스님은 ‘원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원력으로 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스님은 또 사찰과 지역의 조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역 주민이 부처님입니다. 스님들은 임기 마치면 그만이지만 지역 주민은 대대손손 낙산사를 지켜갑니다. 그분들이 실제 주인인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역 포교를 계속합니다.”

템플스테이의 ‘전설’을 만들며 행복명상을 펼치고 있는 자비명상 지도법사 마가 스님은 “내가 나를 보는 것을 명상, 내가 남을 보는 것을 망상이라고 한다”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삶을 주문한다. “진행자들이 부처님 공부를 통해 마음의 변화를 경험해야 합니다. 그래야 참가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템플스테이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요.” 현장에서의 활동을 통해야 나옴직한 얘기이다.

‘잠시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쉼’ ‘휴식’이다. 앞뒤 보지 않고 그저 내달려 온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추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 거기에 맞춰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은 ‘참사람의 향기’라는 집중수행으로 사람들을 쉬어 가게 한다. 온통 ‘밖의 일’에 시선을 돌리는 현대인들에게 나를 돌아보며 나의 내면에 널찍한 공간을 두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맨손으로 불교 호스피스를 개척해 온 정토사관자재회 능행 스님. 스님에게 불교 호스피스 활동은 수행이자 회향의 과정이다. 사람이 죽으면 빨리 치워버려야 하는 그 어떤 쓸모없는 물건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현대, 인간의 삶과 죽음이 아름답고 평화롭게 회향될 수 있도록 자재병원을 건립하려는 스님의 한마디가 오래도록 남는다. “정말 생사가 둘이 아닌가요? 저는 둘이라고 여겨질 때가 더 많습니다. 사람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죽음이 삶에서 자신을 갈라놓으려 할 때 죽음을 흔쾌히 허락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제2의 법정’으로 불리는 원철 스님이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일까? “늘 경전에 근거를 두고 쉬운 언어로 ‘중도(中道)’의 입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논리와 감성 사이에서 조화를 추구했습니다.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불교와 사회의 접점에서 늘 줄타기를 했어요. 글을 쓸 때의 치열함과 탈고했을 때의 희열은 글쓰기가 주는 저만의 인욕바라밀이자 정진바라밀의 수행법이기도 합니다.”

‘젊은 불교’로 대표되는 미국 햄프셔대 교수 혜민 스님. 방송으로 강연으로 책으로 콘서트로 2012년을 활발히 보낸 혜민 스님은 최근의 아이콘인 트위터로 ‘젊은 불교’를 회향하고 있다. 세상과 마음이 만나는 지점이 수행처라는 스님은 젊지만 가볍지 않은 불교를 위해 오늘도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미래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혜민 스님은 유쾌하게 답한다. “유머감각이 풍부한 ‘동네스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하고 친근한 그런 스님 말입니다. 제가 유머가 좀 없는데 열심히 수행하면서 유머감각도 키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하.”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즐거웠다. 출가인연부터 뜨거웠던 수행 및 공부 이야기, 은사스님에 대한 일화, 현재의 활동기, 부처님 법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말씀은 오히려 재밌고 따뜻했으며 말씀 사이사이의 행간에서 깊은 울림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제 자리를 지키면서, 대중과 함께하면서 오롯한 한국불교의 방향을 세우고 있는 열아홉 분 스님, 참으로 진광불휘가 아닐까 싶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유철주는 2003년 부처님 품 안에 들어와 불교계 언론 등에서 일해 왔다.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대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현재 백련불교문화재단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산승불회》, 《진광불휘》가 있다.

담앤북스 / 404쪽 / 1만 7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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