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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서가(愛書家) · 존서가(尊書家)가 쓴 책 이야기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고광영 지음 『그 남자의 책장 무엇이 특별했을까』

지난 2011년 4월 18일 별세한 고광영 전 불교시대사 대표의 유고집, 《그 남자의 책장, 무엇이 특별했을까》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삶에 힘이 되어주는 고광영의 책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고대표가 써온 책 이야기 44편을 모은 서평집이다. 고대표의 후배 석길암 박사가 여기저기 흩어진 원고를 모아서 새로 편집하고, 한양대 이도흠 교수가 책갈피와 내용 요약에 힘을 보탰고, 고대표의 아내인 사기순 씨(불교시대사 기획위원)가 책을 만들고, 고대표가 평생 몸 바쳐 일했던 불교시대사 자회사인 ‘참글세상’에서 펴냈다.

애서가(愛書家) · 존서가(尊書家)가 쓴 책 이야기

“고광영은 책에 대해서는 애정을 넘어 거의 종교에 가깝게 존경하고 숭배했던 애서가(愛書家) · 존서가(尊書家)였다. 지방에 머물던 시절 가끔 서울 나들이를 할 적이면 넓지 않은 그의 집에서 잠자리를 신세지는 일이 자주 있었던 나는, 그가 책을 어떻게 대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놀란 적이 여러 차례이다.

그는 자신이 편집 책임을 맡아 세상에 나온 책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손을 거쳐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신간도 처음 집에 들어온 날에는 정갈하게 상을 준비하여 그 위에 책을 정성스레 모셔놓고 그 앞에 향을 피우며 손을 모아 기도를 드린다. ‘이 책이 세상에 나왔으니 제 역할을 하여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살찌우기를, 책을 태어나게 하느라 노고를 겪은 저자와 기획 편집자 · 서점 관계자 모두에게 이 공덕으로 좋은 일이 이어지기를…….’” ―법인 스님(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서문 1 중에서

한 달에 수십, 수백 권씩 책이 쏟아지는 시대,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헤매기 마련이다. 위와 같이 이 책의 서문에서 법인 스님이 밝힌 것처럼 애서가요, 존서가인 고대표가 눈밝은 안목으로 고르고 마음을 다해 집필한 책 이야기는 책을 고르느라 헤매는 독자들의 노고를 덜어준다. 책에 대한 애정이 풍부한데다 책을 읽고 독자들의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길 기원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기에 저자의 책 이야기는 여느 서평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를 들면, 그는 부시대통령에게 《부처와 테러리스트》(사티쉬 쿠마르 지음·이한중 옮김)를 권하면서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不思善 不思惡).”는 《육조단경》에 나오는 혜능 대사의 법문을 인용하며 책 이야기를 시작한다. 또한 부시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 후 “이것은 선과 악의 전쟁이다. 물론 선이 이긴다.”,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다.”라는 연설의 폐단을 지적하며 “선악을 고집하면 서로를 죽이는 살생만이 난무할 뿐”임을 강조하면서 《부처와 테러리스트》라는 책을 통해 부처님께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희망의 인문학을 꿈꾸었던 이의, 삶에 힘이 되어주는 책 이야기

“책을 고르는 눈썰미, 이해력, 비판력에서도 그는 뛰어났다. 어떤 책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 분야에 정통한 학자와도 오랜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누구든 여기 이 책에 실린 그의 서평을 보면, 그가 얼마나 눈이 밝고 명석한 사람이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으리라. 책을 섬기는 자로서 책의 자질에 대해서도 엄격하였다. (중략) 어찌 되었든 그는 지금 여기에 없다. 대신 글과 생각은 남았다. 한국 불교의 중흥과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에 대해 함께 꿈꾸던 것들은 이제 남은 이들의 몫이다. 그가 썼던 글 가운데 서평을 한 것을 모아 유복자처럼 출산시키려 한다.”  ―이도흠(한양대 국문과 교수) 서문 2 중에서

《그 남자의 책장, 무엇이 특별했을까》, 책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무엇보다 수많은 책 중에서 그 책을 고른 안목에서 이미 저자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장은 ‘이 시대 그 남자의 화두’로서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나눔》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나누지 못할 정도의 가난은 없다”고 강조하며, 짧은 책 이야기 속에서 가난한 이들의 나눔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저자 역시 주머니가 가벼운 편집자였음에도 늘 어려운 이웃과 나누면서 살아온 삶이었기에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1. 이 시대 그 남자의 화두
2. 이 시대의 불교인이 만났던 불교
3. 이 시대, 경전 읽기의 행간
4. 이 시대, 그 남자의 문화 읽기
5. 이 시대, 그 남자가 바라본 세상 이야기
6. 이 시대, 그 남자가 바랐던 세상살이
7. 이 시대, 그 남자가 아내와 아들에게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불교에 관한 책뿐만 아니라 《신동흔의 살아있는 우리 신화》, 신영복의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나는 이제 오랑캐의 옷을 입었소》(도미야 이타루 지음·이재성 옮김) 등의 책을 통해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들고, 김종래의 《우마드(Womad》와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를 통해 매력 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한편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서 여전히 우울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되돌아보고, 최성현의 《좁쌀 한 알》에서는 밑으로 기어서 우뚝 솟은 인물인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삶을 조명한다.

한편 유용주의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에서는 삶 자체가 미덕임을 힘주어 말하고, 주자청의 《아버지의 뒷모습》에서는 돌아가신 부친에게 살갑지 못했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마시멜로 이야기》,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소호카의 꿈》 등의 자기계발서도 소개하고 있는데, 그가 바랐던 세상살이는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 이야기》 마지막 구절, “요즘 화두는 웰빙이다. 몸에 좋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하기 전에, 명의나 명약을 찾기 전에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돌아볼 일이다. 죄 짓고는 못 사는 법이다.”라는 것에 잘 나타나 있다. 이현의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이승복의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등 평소 아내와 아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소개된 책은 잭 콘필드의 《깨달음 이후 빨랫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깨달음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고 하였는데, 그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이 책을 통해 그의 삶과 뜻은 계속될 것이다. ‘삶에 힘이 되어주는 책 이야기’, 이 책의 부제처럼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한 줄기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줄 것이다.

참글세상 / 296쪽 / 1만 5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

2012-06-18 /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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