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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불·선 세 종교의 화합과 회통 모습 확인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김경수 지음 《북송 초기의 삼교회통론》

북송 초기, 삼교의 원융과 회통을 꾀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다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의 삼교는 오랜 세월 동안 동아시아 사상의 중심으로, 민중의 생활을 지배해 온 이념들이다. 전한시대부터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자리매김한 유교는 통치계급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인의 사유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미 유교가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은 후한시대에 인도로부터 유입된 불교는 힘겨운 토착화의 과정을 겪으며 수당시기에 이르러 출가한 지식인을 기반으로 중국불교로 거듭났다. 후한 말기 민중 속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난 종교인 도교 또한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 장생불사를 꿈꾸고 복을 기원하는 인간의 희망과 더불어 민간신앙으로 정착되었다. 하지만 삼교는 근원적인 이질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왕조의 흥망성쇠를 따라 지지와 탄압이 거듭되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역사에서는 드물게 삼교의 정립이 이루어진 시기가 있었으니 바로 북송 초기였다. 북송은 문치주의를 채택하여 학문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였으며, 국가 차원에서 당시 대중화되기 시작한 인쇄술을 바탕으로 삼교의 경전들을 전집 형태로 간행하여 널리 보급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는 춘추전국의 제자백가를 능가할 정도로 많은 뛰어난 학자들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 그야말로 학문의 최대 융성기를 누렸으며, 한편에서는 성리학이 막 태동하고 있었다. 이 당시 삼교는 서로 비판적 관점을 지양하고 상호 회통적 경향을 두드러지게 보이기 시작했다.

선사 계숭과 도사 장백단이 바로 그 화해의 움직임을 보인 대표적인 인물

계숭은 일찍 출가하여 평생을 선승이자 학승으로 산속에서 살았던 반면에, 장백단은 젊어서 벼슬길에 뜻을 잃고 평생 벼슬아치의 참모로 사방을 떠돌며 지내면서 속세에서 도를 구하는 삶을 살았다. 계숭은 속세에서 행해지는 배불론과 선종의 조사계보에 대한 다른 이론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한편으로는 배불론을 타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사의 계보를 바로잡고자 노력하였다. 반면에 장백단은 세속에 묻혀 살면서도 마음은 항상 도교의 단법을 구하려는 간절한 염원을 가지고 있었으며, 도를 얻고서도 그 도가 또한 속세를 떠날 필요가 없는 초세속의 경지임을 설파하였다.

이런 두 인물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으니, 바로 삼교의 회통을 주장한 것이다. 계숭의 삼교융회론이 그것이고, 장백단의 삼교귀일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삼교회통론은 서로 뚜렷한 차이점도 가지고 있다. 계숭은 유교와 불교를 주로 비교하여 그 가르침은 서로 같은 부분이 많지만 결국은 불교가 더 우월하다고 주장한 반면에, 장백단은 도교와 선불교는 각각 명命과 성性을 바탕으로 수련하는 것임을 말하면서 자신의 내단이론에서는 이를 초월하는 도교적 경지를 구축하였다.

계숭과 장백단의 개인적인 교류 관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그들의 지리적 배경은 선불교와 천태종의 회통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던 절강성이었다. 또한 그들의 기본 입장이 계숭은 선불교이고 장백단은 도교로 서로 달랐지만, 그들은 비슷한 시기에 별도로 진행된 각각의 사상형성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삼교회통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두 사람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대립과 갈등으로 이루어진 삼교교섭사에서 전례 없었던 화합과 회통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예문서원 / 352쪽 / 2만 6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2013-06-12 / 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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