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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때로 자신을 챙기고 돌아봐야”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월주 스님 (김제 금산사 회주)

불교는 자각의 종교입니다. 자력의 종교이며, 자신의 종교입니다.

탐·진·치 삼독의 불꽃이 타오르고, 무상의 살귀가 시시각각 우리목숨을 노리는 고통의 바다에서 안락의 언덕으로 나가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우주의 창조주라 하는 절대신도, 나 아닌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지금 여기(當處)의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자신 안에 항상 내재해 있는 본래의 청정한 자성이 부처님의 경계와 다르지 않음을 믿고 닦아나가는 자기 주체적이고 반절대주의적(反絶對主義的)인 종교입니다.

그래서 불자는 신앙인이 아니라 신행인(信行人)이라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많은 종교가 생성되었지만 불교만이 신이라는 절대관념을 초탈하여 인간에 의한 인간과 우주의 구원을 제시했습니다. 불교만이 부처님의 일대사 인연을 통하여그 사실을 실증한 유일한 종교이며, 진일보한 지고지상(至高至上)한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옛 선사들이 한결같이‘밖으로 치달아 구하지 말라(莫外馳求)’하고‘, 자신을 돌아 비추어보라(廻光返照)’하고‘, 자신의 본래심을 스스로 증득하니, 스스로 불지견(佛智見)을 깨달음이라(內心自證, 自覺聖智)’하신 것입니다.

또한 달마스님이 서축에서 동토에 오신 뜻도 이 일심을 전하기 위한 것이요,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이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혜가스님께서 승찬 스님에게‘마음이 바로 부처이며, 이 마음이 바로 법이다. 법과 붓다가 둘이 아니니 승보도 또한 그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마음 밖에 부처가 없고, 마음 밖에 불법이 없으니, 이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이러한 불조들의 자상하신 가르침을 항시 마음에 두고 때때로 자신을 챙기고 자기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며, 처처에서불성이 구현된 대자대비한 불·보살의 삶을 살 수 있어야 부처님의 혜명을 잇는 진정한 불교인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조의 뜻을 알았다 하여 곧 불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자신 안에 다 갖추어져 있고, 또한 언하(言下)에 확연히 깨닫는 기연이 없음은 아니나, 대부분의 중생들은 숙업을 녹이는 과정과 피나는 수행이 있어야 비로소 본래 청정한 불지에 오를수 있는 것 입니다‘. 길을밝히려는자는많아도가는자는적고,불법을 말하는 자는 많아도 행하는 자는 적구나’하신 고덕(古德)의 말씀을 새겨봐야겠습니다.

조계종은 통불교이면서 참선을 최상의 수행으로 삼는 선수행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참선수행은 경전 밖에 따로 전해진 가르침이니(敎外別傳) 문자를 의지하지 않고(不立文字), 곧바로 자신의 마음을 닦아서(直指人心) 성품을 깨달아 부처를 이루는 것(見性成佛)입니다.

그러나 참선이 자기 자신만의 깨침을 향한 수행은 진정 아닙니다. ‘발보리심(發菩提心)’은 반드시 ‘광도중생원(廣度衆生願)’을 근원으로 발현하는 것이기에 흡사 적정한 산중에서 외따로 떨어져 만 중생을 잊은 듯하여도 그 본 바탕자리에 언제나 세간중생에 대한 무한사랑이 배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곧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보살도 구현(菩薩道俱現)이 참선수행의 궁극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많은 스님들이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려 목숨을 담보하고 제방선원에서 수행정진하고 있습니다. 비록 시간과 직분 상 여의치 못해 선불장(選佛場)에 동참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옛 조사님들의 활구를 참구하는 시간을 각기 수연수분(隨緣隨分)하게 갖도록 힘써야겠습니다.

* 이법문은 만불신문 125호(2005년 1월 22일자)에서 옮겨 왔습니다.

2012-02-17 / 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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